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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최만규 프리미엄

220410 만규의 시작

by 최만규 2022.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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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전역한지 어느덧 100일 가량이 지났다. 

처음 2주간은 아무 눈치, 신경 쓰지 않고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 찾아보고 즐거웠다. 그런데 말이다.
이 사람의 눈치라는 게 꽤나 무섭다.

 

내 나이 올해 23살 주변에 취업한 친구들이나, 올해 4학년으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
목표가 생겨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 아르바이트하며 바쁘게 지내는 친구들 등

군대에서 막 벗어나 아무 경각심 없이 즐겁게 지내고 있던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뭘 하면서 보낼까 하고 설렜던 평일의 아침은
다른 친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비교하는 아침이 되었고,
노래 들으면서 여유롭고 즐거웠던 밤 산책은
오늘 하루를 뭐 하면서 보냈는지 의심하고 자책하는 밤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냥 '불안하다', ' 뭐 해야 하지?' 하고 잔걱정인 듯 말했지만
말하면 할수록 해결보다는 그냥 내 불안함을 드러내는 듯 느껴졌다.
그냥 뭐라도 잡아봐야겠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뭐 하면서 즐거운지 모른 채
불안감에 시작한 파이썬 한 달 좀 안돼서 독학하면서 대학 1학년 때 배울 때 보다
더 자세히, 집중해서 배우려고 노력했다. 다른 것보다 하루가 보람찼고 불안감은 훨씬 덜했다.


근데 문제라면 재미가 없는 거다. 그래 이거 파이썬 알고 있는 내용 다시 배우면서
아 이런 것도 있었네 하는 과정이 있지만 내가 막 흥미가 끌려서 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 붙잡은 수단 정도? 근데 끝나니까 보이더라 프런트엔드 쪽
한번 해볼까 하고 2월 말부터 html, css, js 하면서 알바도 시작했다. 파이썬이랑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모르는 게 생기면 궁금해서 찾아보고, 해결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3월은 알바도 하면서 적응하다 보니 정말 시간이 빨리 흘렀다.

전에는 친구들이랑 연락하다 보면 전역하고 열심히 산다, 부지런하다 말을 들을 때면 단호하게 부인했다.

아니라고 할 거 없어서 그런다고 근데 이제 고개를 끄덕인다. 고맙다 하고, 더 바쁘게 열심히 살 거라고 말한다.

나를 향한 채찍은 1월, 2월이면 충분했다고 본다.

지금 현실에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은 채찍을 맞을 때가 아니라 당근의 달콤한 맛을 봤으니 달릴 때이다.

가끔 공부하지 않은 채 보내는 하루를 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눈치 보지 말고 걱정않고 할 생각이다.

4월 초 이렇게 내면적으로 튼튼한 내가 되기까지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가족들 그리고

지속적인 푸념을 묵묵히 들어주고 으쌰 으쌰 해준 유독 고마운 친구들도 사랑해

 

얘들아 우린 아직 충분히 젊어 스스로를 향한 지탄보다는 믿음과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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